현신균 LG CNS 사장. 연합뉴스LG그룹 계열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기업인 LG CNS가 올 2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을 추진한다. 6조원 규모의 대어급 LG CNS의 상장 소식에 침체된 공모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 '중복상장'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침체된 IPO 시장에 등장한 '대어'…활기 불어넣을까 기대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LG CNS는 오는 15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달 21~22일 일반 청약을 거쳐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LG CNS 총 공모주식은 1937만7190주로 희망 공모가액은 5만3700원~6만1900원이다.
현신균 LG CNS 대표는 전날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공개를 발판으로 AI와 클라우드 등 DX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해 글로벌 DX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IPO 상장은 LG CNS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상장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LG CNS는 상장을 통해 최대 6천억원의 투자 재원을 마련해 DX 기술 연구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집중 투자에 나선다고 구상이다. 특히,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AI·클라우드 분야에서 AX(AI 전환)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의 IPO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IPO 시장의 '대어'로 여겨지던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연기하는 등 IPO 시장이 부진했던 만큼 LG CNS가 침체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물적분할 아냐" 선 그었지만…중복상장 논란 해소 가능할까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회사인 ㈜LG가 상장한 상태에서 또다시 자회사를 상장하는 '중복상장'논란도 제기된다. LG CNS의 최대 주주는 49.95% 지분을 보유한 ㈜엘지로 LG CNS가 상장을 하게 되면 모기업인 LG의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사가 사업부를 신설법인으로 분할해 상장할 경우 그 경영성과가 연결 실적에 중복으로 반영돼 모회사의 기업가치 하락과 주가 할인을 불러온다. 과거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인 사례로 LG화학의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자회사 상장은 모회사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수순을 밟아온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상장사 중에서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에 달한다"면서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일본(4.3%), 대만(3.1%), 중국 (1.9%), 미국(0.3%)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 할 때도 한국의 중복상장은 유난히 많다.
중복상장이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장기투자 유인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천준범 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체제가 시작된 지가 거의 30년이 다 돼 가는데, 지금은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가 실제 지주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 가치보다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회사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매우 심각한데 그 원인으로 중복 상장이 거론된다. 자회사가 상장이 되면 굳이 지주회사를 살 이유가 없어진다"며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지배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계속 중복 성장시키고 싶겠지만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계속 디스카운트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 논란에 대해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LG CNS는 1987년 미국 EDS와 합작해 설립된 회사로 지주사인 ㈜LG에서 물적분할된 회사가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중복상장은 안맞는 것 같다"며 "대주주인 ㈜LG의 주주들에게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