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5 TCL 전시관에서 시연 중인 가정용로봇 '에이미'를 보기 위해 수십명의 참관객이 몰려있다. 김수영 기자"로봇의 '챗GPT 시대'가 오고 있다"
AI(인공지능)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젠슨황 CEO가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5' 개막에 앞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던진 화두는 '로봇시대'의 개막이었다.
황 CEO는 AI가 로봇과 자율주행 등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을 '피지컬AI'로 정의하며 이를 챗GPT가 초래한 생성형AI의 급속한 확산과 같은 '차세대 물결'로 정의했다.
실제로 7일부터 10일까지(현지시간) 둘러본 CES에선 일상 속에 스며든 '로봇'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었다.
AI를 통해 고도화된 로봇은 어린이와 상호작용하며 육아를 돕는 보육 동반자 역할부터 청소, 요리 등을 통해 집안 곳곳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거나 향후 활약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산업 영역에서도 생산 로봇과 물류 로봇 뿐만 아니라 사고를 통한 인명 사고 가능성이 큰 작업이나 농업처럼 구인이 어려운 작업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글로벌 가전 기업의 전시관이 집중된 LVCC 센트럴홀에서 참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전시 중 하나는 중국 TCL의 가정용로봇 '에이미'였다. 에이미는 하루 4번씩 시연에 나섰는데 시연때마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참관객들이 몰렸다. 막 태어난 아기새의 모습을 한 에이미는 동그랗고 까만 눈을 깜빡거리며 세탁이 끝났따고 알려주기도 하고 생일선물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인형처럼 옷을 입히거나 모자를 쓰고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고 상호작용하는 모습도 시선을 멈추게 했다.
CES2025 중국 헝봇(Hengbot) 전시관에서 로봇개 '시리우스'가 참관객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김수영 기자지난해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가정용로봇 볼리와 Q9로 반향을 일으킨 후 올해 CES에선 가정용로봇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능 등에 집중했다면 중국 기업들은 여기에 '상호작용' 등을 강조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중국 헝봇(Hengbot)이 공개한 로봇개 '시리우스'는 기자가 머리 위로 손을 올리자 쓰다듬어 달라는듯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CES2025 니콘(Nikon) 전시관에서 로봇이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영 기자가사용로봇도 광범위하게 소개됐다. 에스프레소를 뽑아서 커피를 만들고, 이용자에게 커피를 건네는 로봇은 전시관 곳곳에서 목격됐고, 일본 니콘(Nikon)d은 로봇이 싱크대를 정리하고, 식기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서 정리하는 로봇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산업용로봇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뤄졌다. 포스코이앤씨는 콘크리트 요철 생성 자율주행 롤러 로봇을 공개했다. 콘크리트 요철 생성은 여러 층으로 타설해야 하고, 균일한 요철을 만들어야하는데 로봇을 사용할 경우 사람이 작업할때와 비교하면 시간을 85%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토트는 EV 배터리 모듈 해체 작업용 로봇을 선보였다. EV 폐배터리는 해체 과정에서 전기 쇼크와 폭발 위험성이 존재해서 사람이 작업할 경우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로봇에게 맡길 경우 이런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CES2025 대동 전시관에서 재배로봇이 시연을 하고 있다. 김수영 기자농사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32개 장소에서 수집한 1200여건의 작업 내용을 학습시킨 재배로봇은 딸기 모종을 심거나 딸기를 수확하는 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단일 장소의 경우 학습에 필요한 작업촬영본이 200건 정도로 줄어든다고 밝혔고, 재배 대상도 블루베리처럼 작은 종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농업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데, 농사로봇이 대안이 중 하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CES2025 리얼보틱스(Realbotix) 전시관에 휴머노이드로봇 '아리아'가 전시되어 있다. 김수영 기자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로봇기업인 리얼보틱스(Realbotix)는 인간과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사람의 키와 피부 등 외모까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리아'(Aria)를 전시했다. 2년 전 CES에서 영국 로봇 기업 엔지니어드 아츠가 대화하고 표정도 짓는 '아메카'를 공개해 주목받았는대 아리아는 외모가 사람과 더 비슷해졌다. 피부는 진짜 살갗같은 느낌이고 시선을 맞추기 위해 눈동자를 돌리고 눈을 깜빡거리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뒤늦게 로봇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로봇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5' 기조연설을 언급하며 "휴머노이드 계획이 빨라질 것 같다"며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 대해 그다지 빠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도 투자해서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조주완 CEO가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5'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LG전자 조주완 CEO도 8일 CES 202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로봇 사업을 F&B(식음료), 로지스틱(물류) 쪽에 집중하고 있지만 홈(집) 영역에서도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가사 로봇, 가사 휴머노이드 등의 컨셉을 가지고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1-2년 만에 CES를 뒤덮은 로봇의 물결을 보면 '로봇의 챗GPT 모먼트'가 온다는 젠슨황 CEO의 말이 과언은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