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라이칭더, 커원저, 허우유이 후보. 대만 연합보 캡처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정권교체의 필승카드로 간주됐던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향후 혼전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친중 정권 수립을 원하는 중국의 대응 역시 주목된다.
끝내 무산된 야권 후보 단일화…3파전 확정
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총통 선거 후보 등록 마지막날인 지난 24일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각각 후보 등록을 마쳤다.
허우 후보는 3선 의원 출신인 자오샤오캉 중국광파고분유한공사 회장을, 커 후보는 신시아 우 민중당 입법위원을 각각 러닝메이트인 부총통 후보로 지명한 뒤 선관위 후보 등록을 마쳤다.
두 후보는 전날에도 만나 후보 단일화 논의를 이어갔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앞서 양측은 지난 15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여론조사 적용 방식 등 세부 사항에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는 깨졌다.
이와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던 애플의 최대 협력사 대만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 후보는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따라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집권여당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허우 후보, 커 후보간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가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할 수 있지만, 각 정당의 명운을 걸고 출마한 만큼 중도 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위 라이칭더…치고 올라오는 허우유이-커원저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3파전은 라이 후보에게 일단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 후보는 최근 30%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는 20%대 지지율로 라이 후보에 밀리고 있다. 두 사람이 단일화에 성공하면 누가 후보로 나서든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40%에 육박하던 라이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30% 초반으로 떨어진 반면, 20% 초반에 머물러 있던 허우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
또, 커 후보 역시 20~30대 젊은층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21~2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이 후보가 31.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허우 후보도 31.1%를 기록하며 1.2위간 격차가 오차범위(±2.7%포인트) 이내로 들어왔다. 커 후보 지지율은 25.2%로 조사됐다.
이렇게 선거를 불과 50여일 앞두고 후보들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비록 한자릿수에 머물긴 했지만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궈 후보의 지지표가 어느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그는 사퇴 성명에서 "중화민국의 미래를 위해 남을 돕기를 선택하는 것이 내가 고향에 바칠 수 있는 모든 사랑"이라고 밝혀 향후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 소속이었던 궈 후보는 허우 후보와 마찬가지로 친중 성향 후보로 분류되지만, 최근 중국이 본토내 폭스콘 공장에 대한 세무.토지조사에 들어가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이 불출마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돼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힘들다.
中 "NO 라이칭더"…美 "선거 절차 존중"
동시에 친미 성향이자 대만독립 지지자인 라이 후보의 당선을 최악의 수로 꼽고 있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이번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시위를 통해 안보 불안 심리를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파기 등 각종 경제 제재를 통해 경제 불안 심리도 자극할 수 있다. 대만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40%에 달한다.
반면, 비록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기는 했지만 대중 견제를 위해서는 대만이 필요한 미국은 중국의 선거개입 시도를 차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가 미중 양국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